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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거롭고 싶다 : 핸드드립 커피커피 2012. 4. 16. 17:49
오늘은 어떤 커피를 마실까?
원두를 골라서 곱게 갈아내고,
물을 끓이고,
서버와 커피잔을 데우고,
끓인 물을 식히고,
드리퍼에 원두를 담아내고,
뜸을 들이고,
커피를 내리고,
오감을 집중해 커피를 마신다.향을, 맛을, 바디감을, 여운을 음미한다.
빈잔 가득 남은 캬라멜향의 여운을 즐긴다.
번거롭다.커피 한잔 마시는데 뭐 그리 유난 떠냐고,
뭔 커피 한잔 만드는데 근 20분씩이 걸리냐고,
커피 한잔 기다리다 숨넘어가겠다고,
얼마든지 빠르고 간편하게 할 수 있는데 왜 굳이...맞다.
이 바쁘고 복잡한 시대에...
번거롭다.그래서 더 번거롭고 싶다.
아니,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싶다.빠름을 거부하고,
간편함을 거부하고,
효율을 거부하고,
번거롭고 싶다.시간 낭비라 한다면 시간을 낭비하고 싶다.
쓸데없다 여겨진다하더라도,
그 쓸데없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리라 믿기에,
나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싶다.'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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